산행 기록을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지난 3월 포카라에서 겪었던 호수 일주 산행을 적어봅니다. 호수 일주는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길 없는 급경사, 숲속을 헤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2024년 3월 16일, 서킷과 MBC를 끝내고 사흘째 포카라에서 휴식중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혹시 높은 곳에 올라가면 멀리 설산이 잘 보이려나? 큰 기대는 안하지만, 근처 높은 산 가볼만한 곳을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Pumdikot 사원을 추천한다. 나는 사원에는 별 관심 없지만 누구나 가는 곳이란다. OK Go!
페와 호수 동편을 지나면 포카라 시내지만 시골길 같은 풍경이 보인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아닌가?
나는 어려서 이런 풍경을 많이 봤다. 1960년대 우리 엄니는 주기적으로 엄청 많은 빨래를 머리에 이고 전주천 냇가에 나가 빨래를 하셨다. 그 곳에는 매일 아주 많은 언니들, 아주머니들, 할머니들이 나와서 빨래 하신다. 나는 물가에서 송사리잡거나 물장구 치며 놀고... 그 때는 고무신으로 송사리 잡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기억이 삼삼.
너무나 정겨운 풍경이다. 너무 좋아 허가 없이 찰칵! Sorry!!!
역시 아열대 기후가 맞다. 너무 덥다 더워!!! 오르막 길에 마침 나타난 정자나무 쉼터. 시원~~~~
정자나무 쉼터 전망도 좋다~~~ 계속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어떤 곳은 끝 모를 계단도. 오르고 또 오르고...
가파른 길을 올라 주위를 돌아본다. 벌써 많이 올라왔다~ 휴 더워 더워 더워, 흘린 땀에 좋은 경치가 보상해준다.
가운데 '일본산묘법사' 사원이 있고, 저 멀리 산 끝에 오늘 목적지인 품디콧 사원.
페와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페와 호수나 포카라 시내에서는 멀리 산 꼭대기로 품디콧 사원이 보인다. 호수 건너 산 꼭대기에 사랑곹이 보인다.
저~기~ 품디콧 사원이 가까와 온다. 덥다, 덥고 힘들다---
중간에 쉴 수 있는 고목이 있다. 코브라? 이것도 제단인가?
산골 마을 집들과 계단식 밭. 간혹 외지인을 위한 숙소가 있기는(유명 사원 근처) 하지만 대부분 마을 주민들 집들일 듯 함.
Pumdikot Religious Area, 품디콧 사원.
호수 동편 숙소에서 2시간 50분쯤 걸렸다. 옆 작은 가게에서 시원한 콜라를 마시면서 사람 구경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내려간다.
사람들이 매우 많다. 누구나 한 번은 가는 유명한 성지라고 한다.
이제 내려가는데 오던길로 안가고 반대편, 저 관광지 같은 곳을 지나서 내려간다.
페와 호수 서쪽 끝을 돌아서 호수를 일주 할 예정이다.
사원 앞 가게들. 길 저쪽 어딘가에는 버스도 올라온다 했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들꽃
구글 지도를 보니 찻길이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산을 가로질러 가면 가깝고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조그만 오솔길이 보인다.
급경사를 한참 내려갔다. 아뿔사! 오솔길이 점점 작아지다가 길이 없어졌다. 주변 아무리 둘러봐도 길이 없다. 더운데 매우 가파른 급경사라 다시 거슬러 올라갈 엄두가 안난다. 구글 지도를 보면 가까이에 찻길이 나타날 것 같다. 가시와 잡목으로 엉킨 숲을 헤치며 나무뿌리와 풀을 잡고 조심 조심 내려간다. 이 때 다시 돌아갔어야 했다.
기어코 굴러 떨어졌다! 거의 절벽같은 곳을 나무 뿌리와 풀을 움켜잡고, 임시 나무지팡이를 짚으며 가다가, 지팡이가 쭉 미끌어지는 바람에 아래로 몇 바퀴 굴렀다! 계곡 웅덩이에 쳐박혔다. 천만 다행히 돌에 머리를 부딪치지는 않은것 같다. 아주 살짝 바위에 부딪치고 물 없는 웅덩이에 박혔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셀카로 내 몰골을 찍어본다.
산에서는 길없는 길은 가지 않아야 했다. 예전에 지리산에서 경사진 길없는 숲을 가로질러가다 혼난적이 있었는데, 또 같은 실수를 했다. 덥고, 다시 급경사를 기어 올라갈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말 하나님의 도우심(여기 네팔에서는 옆 윗산에 있는 신상?)으로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군데 긁히기만 했습니다.
휴!!!! 바로 옆에 바위들이 있었는데, 만약 머리를 저 바위에 부딪쳤다면 매우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겁니다. 고생스러워도 안전 산행!!!
좀 정리하고, 저 멀리 달아난 물통과 병들을 챙기고 나오니 길이 보인다. 휴!!! 천만다행이다. 5400m 설산에서도 건강하게 잘 버티고 나왔는데, 포카라 마지막 날 길 없는 산 속에서 크게 다칠뻔 했다. 근처에 인가도 없었는데.
좀 내려오니 호수가 다 보인다. 서편을 찬찬히 훝어보는데 저기 있는 강을 건너야 할 것 같다. 어떻게 건너지? 아니면 상류로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할 것 같은데?
호수 동편은 산에 가리워 안보인다.
역시 강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부탁하여 강을 건넜다.
그러나 저 멀리 작은 강이 또 있어서, 어차피 한참을 더 상류쪽으로 돌아, 저 멀리 사람들이 건너는(얕은) 곳으로 가야 했다.
드디어 포카라 가는 찻길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도 윈드폴까지는 한참을 가야 한다
강을 따라 윈드폴 하우스로 걸어갑니다. 호수 한 쪽, 아마 유원지 인듯, 많은 젊은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해가 지네요!
산속 마을에서는 저녁 짓는 연기가 모락 모락~~~
호숫물은 금빛이 되고....
정말 금 빛!!!! 오늘 고생의 보상?
저 멀리 산 위에 오늘 지나왔던 사원들이 보입니다! 아득히 먼 저곳을 돌아왔습니다.
약 8시간만에 윈드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간단히 씻고, 맛있는 저녁을 먹습니다.
저 멀리 다시 보는 품디콧 사원!
윈드폴 게스트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한뒤 30분 걸어 숙소 근처 카페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파인애플 주스, 망고주스를 마십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정말 감사한 하루이었습니다!!! 안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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